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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우울할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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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누구에게나 찾아와요

그날은 아침부터 이상했어요.
알람은 울렸고, 해는 떴고,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데
저만 멈춰 있는 것 같았어요.
눈은 떴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지만 그중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나 왜 이러지?’ ‘정신 차려야지.’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이불 속에서 세 시간이 훌쩍 지났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저는 침대와 하나가 되어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다 정말 다 놓아버릴지도 몰라.”
그 말에 더 불안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더 미워하게 됐어요.
그러면서도…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때 느꼈어요.
이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 고갈 상태’라는 것.


우울할 때 찾아오는 무기력함,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에요

우울할 때 우리는 자꾸 스스로를 의심하게 돼요.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해?”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부지런하지 못할까?”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감정을 더 지치게 만들 뿐이에요.

감정은 파도처럼 오고 가요.
기복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조금 오르기도 하고, 훅 떨어지기도 하면서
우리 안에서 계속 흐르고 있는 감정의 물결이니까요.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그 감정의 끝자락에서 우리 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멈추게 만들어요.
그건 나약한 게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몸과 마음의 방식이에요.


그날,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핸드폰은 충전기에서 빠지지도 않았고,
밥을 먹는 것도 귀찮아서 물만 겨우 마셨던 것 같아요.
무슨 생각을 했냐고요? 사실 생각도 거의 없었어요.
그저 천장을 보고, 숨을 쉬고, 시간만 흘러가는 느낌.

하지만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
슬며시 노트북을 켜고 메모장을 열었어요.
‘감정 정리라도 해보자. 지금 이게 어떤 상태인지라도 써보자.’

그렇게 몇 글자 써봤어요.
“무기력. 공허. 감정 없음. 피로감. 지침. 외로움.”
단어를 적다 보니, 마음 안쪽에서 무언가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정은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그 모양이 보이기 시작해요.
이름조차 없던 감정은 더 막막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고 있는 걸 이렇게 말로 붙잡는 순간,
그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지가 생기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마음을 회복시키는 시간이었어요

우리는 늘 뭔가를 해내야만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하루 일정을 채우고, 목표를 세우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결과를 만들어야
‘오늘을 잘 살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그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제 마음은 무너지지 않았어요.

그 하루는 멈춘 하루가 아니라, 버틴 하루였어요.
다 내려놓고 싶었던 마음을 꼭 붙들고,
가만히, 조용히,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나는 살아 있었고, 스스로를 돌보고 있었던 거예요.


‘괜찮아’라는 말이 꼭 필요한 날이 있어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하루가 허무하게 흘러간 것 같고,
무언가를 해내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진 않나요?

그 마음, 정말 이해돼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주 많은 걸 견뎠다고요.

혼자라는 생각, 쓸모없다는 감정,
움직이고 싶지 않은 그 기분까지 다 품고 하루를 보낸 건
결코 작지 않은 일이에요.

우울할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건 당연해요.
그럴 땐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나 자신을 조용히 안아주는 하루,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음 날을 맞을 수 있어요.


이 글이 당신 마음에 조용히 닿기를 바라요

누군가는 말해줄 거예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날도 있는 거야.”
그리고 저는 그 말을 이제 믿기로 했어요.

당신에게도 그런 말이 필요하다면,
제가 먼저 건네볼게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당신, 정말 수고했어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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