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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람일수록 말이 어려워요
“정말 가까운 사이인데,
그 얘기만큼은 꺼내기 어려웠어요.”
이상하죠.
멀리 있는 사람에겐
마음을 털어놓기 쉬운데,
정작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어떤 말은 꺼내기가 더 어려워요.
불편해서가 아니에요.
그 사람이 싫어졌기 때문도 아니에요.
오히려 좋아하고,
소중하고,
잃고 싶지 않은 사이니까.
그래서 조심스러워지는 거예요.
말 한 마디에 생기는 작은 균열조차
크게 느껴지니까요.
어느 순간,
말을 고르게 됐고,
표현을 줄이게 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데 더 익숙해졌어요.
그게 ‘배려’일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 감정을 감추는 선택이었더라고요.
나는 서운했지만 말하지 않았고,
불편했지만 괜찮은 척했고,
힘들었지만 먼저 연락했어요.
그건 다
“이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지만,
결국 그 마음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어요.
‘가깝다’는 말은
모든 걸 나눌 수 있다는 뜻이 아닐지도 몰라요.
어떤 감정은,
가까운 사람에게만큼은
더 무겁게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괜히 걱정하게 할까 봐,
말 꺼낸 내가 미안해질까 봐,
그 말 이후에 흐르는 어색함이
서로를 멀어지게 할까 봐…
그래서 나는
자꾸만 말 대신 침묵을 택했어요.
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지만
혼자서 곱씹는 말들이 늘어나고,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조용한 기대가 자라고,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하게 됐어요.
요즘은 그런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친하다’는 말 속에는
‘어떤 감정도 괜찮다’는 허용이 있어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게 없다면,
우린 여전히 거리 두고 있는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걸요.
말하지 못한 마음을
조심스레 꺼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아주 작게.
아주 천천히.
“그때, 사실 조금 마음이 무거웠어.”
“말은 안 했지만, 속상했던 순간이 있었어.”
“이런 얘기, 너한테는 하고 싶었어.”
그 말들이
꼭 상대를 바꾸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가까운 사이’ 안에서도
나를 지우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내게 남아 있어줘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는 건 어쩌면
그만큼 마음이 깊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나는
그 깊이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이제 조금씩 말을 건네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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