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고 있지만, 예전 같진 않아요

 

“웃고 있어요.
정말 괜찮은 날들도 있어요.
그런데 가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한때는
아무 일 없어도 웃을 수 있었어요.
작은 일에도 들뜨고,
사람들과의 대화가
가볍고 유쾌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가 웃고 있는 이유를
계속 설명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 괜찮은 거 맞지?”
“예전처럼 다 나은 거야?”
“역시 너는 잘 이겨내네.”

　

그 말들이 나를 위로하려는 마음인 줄 알면서도
어쩐지 자꾸
그 기대에 맞춰 웃는 나를 발견했어요.

　

나는 이제
예전처럼 밝게 웃지만,
그 웃음 뒤에는
조금 달라진 마음이 머물러 있어요.

　

회복이라는 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달라진 감정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에요.

　

사람들은 말해요.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
“예전보다 더 단단해진 것 같아.”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어요.
하지만
회복은 단단함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그만두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더 이상
모든 걸 쉽게 넘기지 못하고,
어떤 관계는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되었고,
내 감정은 더 민감해졌어요.

　

하지만 그건 약해진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더 잘 알게 된 결과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지금은
그 ‘다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예전 같지 않아도,
그건 지금의 나에겐
필요한 변화였으니까요.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웃지 않아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괜찮은 사람’인 척하지 않아요.

　

그저,
조금은 무뎌진 듯 보이더라도
내 감정에 진심일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웃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 웃음이
예전과는 다른 색일지라도,
나는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시 웃는다는 건,
어떤 마음을 지나왔다는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