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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아물었지만, 여전히 만져지는 마음이에요
“시간이 꽤 흘렀고,
이젠 울지도 않고,
생각나도 숨이 막히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감정은 아직도 만져져요.”
이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 일도,
그 관계도,
그 감정도.
한동안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았는데,
이젠 그냥 조용히 넘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믿었어요.
‘괜찮아졌다’는 말에
진심이 담길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비슷한 상황,
비슷한 말투,
비슷한 공기의 흐름 속에서
마음이 또 조용히 흔들렸어요.
“왜 아직도 반응하지?”
“이젠 지났잖아.”
“나,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그 순간 깨달았어요.
상처는 분명히 아물었는데,
그 자리의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몸에 생긴 상처도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계절이 바뀌거나,
무심한 접촉에
다시 욱신거리듯,
마음도
다 나았다고 말해도
여전히 만져지는 자리가 있다는 걸.
그건 나약함이 아니었어요.
기억이 남긴 정직한 감각,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몸이, 마음이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어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니
이젠 조금은 덜 다그치게 되었어요.
“왜 이렇게 예민해졌지?”
“이 일에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지?”
그게 아니라,
그만큼 내가 깊이 겪었기 때문이라는 걸
그제야 인정할 수 있었어요.
회복은 완전한 삭제가 아니라
그 감정을 품은 채
조용히 살아가는 기술일지도 몰라요.
이젠
그 감정을 무시하거나 밀어내지 않아요.
다만 조용히,
그 자리를 지나갈 때
한 번 마음을 쓸어주듯 바라볼 뿐이에요.
“여기, 한때 많이 아팠던 곳이야.
이젠 많이 나았지만,
때로는 아직도 반응해.”
그 말 한 줄로
내 감정에 이해가 생기고,
조금 더 부드럽게
내가 나를 돌볼 수 있게 돼요.
나는 이제
상처를 지운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기억한 채
그 자리에 꽃을 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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