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정리하고도, 가끔은 그립더라고요

 

“끝낸 건 나였고,
지금도 후회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끔은 그 사람이 그리워요.”

　

모든 관계가
이유 있는 끝맺음을 가지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지치고,
멀어지고,
더 이상 나를 지키기 어려워져서
그저 조용히
선 하나를 그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그때 나는
참 오래 고민했고,
참 많이 참았고,
마지막엔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해
그 관계를 정리했어요.

　

돌이켜보면
맞는 결정이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끔은 생각나요.

그 사람이 웃던 모습,
함께 웃긴 이야기를 나눴던 밤,
괜히 길에서 본 어떤 물건 하나에도
그 사람의 말투가 겹쳐 들려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이해할 수 없는 타이밍에 불쑥 찾아와요.

이미 정리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마음 한 구석이
조용히 시큰거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하곤 해요.

“이 감정이 있다고 해서
그 관계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한때 소중했으니까,
그리울 수 있는 거야.”

　

사람과 사람 사이엔
단절과 감정의 흐름 사이에
작은 여백 같은 게 남는 것 같아요.

그 여백이
완전한 공백이 되기까지
조금은 시간이 걸리는 거죠.

　

그리움이 찾아올 때마다
그건 실패한 관계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진심이었다는 기억의 증거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나는 이제
그 감정을 억지로 부정하지 않아요.

가끔은
사진첩을 한참 들여다보다 닫고,
가끔은
그 이름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짓고,
가끔은
그리움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도 해요.

　

그렇게
마음이 여전히 반응한다는 사실이
어느새 나를 다정하게 만들어줘요.

“나는 사랑했던 사람이었구나.”
“나는 그 관계를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었구나.”

　

그 감정이 끝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감정이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제는
그 그리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해요.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워낼 필요도 없으니까요.

　

한때 내 삶에 있었던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이라면,
나는 아마,
조금씩 잘 회복되고 있는 중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