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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약조차 내 몸이 거부했다. 그 밤, 나는 나를 어떻게 붙잡아야 했을까 — Even the medicine pushed me away. How was I supposed to hold on to myself?(Steel Blue⑤)

 

정신과 상담

“약조차 내 몸이 거부했다.
그 밤, 나는 나를 어떻게 붙잡아야 했을까”

Steel Blue Series #5 — Even the medicine pushed me away. How was I supposed to hold on to myself?


너무 힘들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그저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고,
마침내 나는
조용히, 정말 조용히
한 사람을 찾아갔다.

I was exhausted.
All I had left was a small desire—
to live.
And so, quietly, very quietly,
I went to see someone I trusted.


그 병원 원장님은
나를 오래 알고 있던 분이었다.
내과 의사였지만,
가정의학과처럼 환자의 모든 이야기를 듣던 분.
그 사람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인연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마지막 남은 힘을 꺼내 들었다.

He had known me for a long time.
A physician, yes,
but someone who listened like a family doctor.
He knew both me and the person who hurt me.
Still, I went to him—
because I had no one else,
and no more strength to pretend I was okay.


나는 솔직히 말했다.
지금 내가 너무 아프고,
이 상태로는 못 살 것 같다고.
그는 깜짝 놀랐고,
잠시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정직하게,
“지금은 위험한 단계입니다.”
라고 말했다.

I told him honestly:
I’m in pain.
I don’t know how to keep living like this.
He was startled,
looked at me quietly for a moment,
then said,
“This is serious. You're at a dangerous point.”


의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자살 생각은 해본 적 있나요?”
나는 말했다.
“자살보다…
타인의 공격에
살인을 상상한 적은 있어요.”

He asked carefully,
“Have you ever thought about suicide?”
I answered,
“Not suicide.
But for the first time,
I imagined hurting someone else.”
Not out of cruelty—
out of exhaustion.


그는 그 말조차도
도망치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지금 진심으로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우울증 약밖에 없어요.
10일 분을 줄 테니,
일단 먹어봐요.
그다음은 우리가 다시 생각해봅시다.”

He didn’t flinch.
He stayed with me,
quiet and calm.
And then he said,
“Honestly, the only real help I can give you right now
is antidepressants.
I’ll give you ten days’ worth.
Try them.
Then come back. We'll decide together.”


나는
정말 원하지 않았지만
받았다.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조심스럽게 우울증 약을 삼키고
침대에 누웠다.
그저… 자고 싶었다.

I didn’t want them.
But I took them anyway—
because I wanted to live.
That night,
I swallowed the pill
and laid down.
All I wanted was to sleep.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졌다.
눈 밑이 떨리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누워 있으면서
내 몸이 약을 거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But then—
it started.
My body grew hot,
my eyelids twitched,
muscles tightened and shook.
And I knew—
my body was rejecting the medicine.


통계적으로 흔하지 않은 반응.
드문 부작용.
하지만 나는 겪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건 내가 약을 먹을 정도로
힘든 상태가 아니라는 건가?”

왜 나는
약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인가.

It was rare.
Unusual, statistically.
But it was happening to me.
And I thought—
“Maybe I’m not even sick enough for medicine?”
Why does even this
push me away?


그날 밤,
나는 약에게도 거부당했다는 느낌에
조용히 울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살고 싶어서
의사를 찾아갔고,
살고 싶어서
약을 삼켰는데,
왜 나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That night,
tears came quietly.
Even medicine turned me away.
I wanted to live—
so I asked for help.
I took the pill.
And yet,
why must living still feel
this hard?


살고 싶어서 약을 삼켰다.
그 약조차 내 몸은 밀어냈다.
그 밤, 나는 알게 됐다.
살아있다는 건
어떻게든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라는 걸.

I swallowed the pill because I wanted to live.
Even that was rejected.
But that night,
I realized something—
To be alive
is to keep holding on,
no matter what tries to push you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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