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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는 그냥, 나를 이용한 사람이었다 — He simply saw me as a tool. (Steel Blue ①)

 

감정착취.위로글귀

“그는 그냥, 나를 이용한 사람이었다”
Steel Blue Series #1 — He simply saw me as a tool.


그때 나는 그냥,
조금 더 다정하게 다가가면 괜찮을 줄 알았다.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도와주고,
어색해질 틈 없이 말을 걸었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먼저 웃으며 넘겼다.
나는 그와 잘 지내고 싶었다.
어떤 계산도, 어떤 기대도 없이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따뜻하게 대했을 뿐이었다.

At the time, I thought things would be okay if I just tried a little harder to be kind.
I helped him without being asked, filled the silence with small talk,
and smiled first when he seemed off.
I genuinely wanted to get along.
No expectations, no calculation—just person to person, with warmth.


처음엔 몰랐다.
그의 말투와 반응이 미묘하게 변해가는 걸.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내 호의를 당연하게 여겼다.
도움을 요청하면서 미안해하지 않았고,
“너는 원래 잘하잖아”라는 말로 책임을 넘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At first, I didn’t notice.
How his tone and reactions slowly shifted.
But over time,
he began to treat my kindness as something he deserved.
He stopped apologizing when asking for favors,
saying things like, “You’re good at this anyway.”
I slowly began to realize—
he didn’t see me as a person,
but as a tool he could use when it suited him.


나는 여전히 잘하고 싶었지만,
그는 나의 감정에 책임지지 않았다.
그에게서 돌아오는 건 고마움도, 미안함도, 배려도 없었다.
그저 ‘편리한 사람’이 한 명 곁에 있는 상황.
나는 그 관계 안에서
점점 목소리를 줄이고,
기대를 줄이고,
내 감정을 숨겨야만 했다.

I still wanted to be kind,
but he never took responsibility for how I felt.
There was no gratitude, no apology, no care.
Just the comfort of having someone useful around.
Inside that relationship,
I began to speak less, expect less,
and hide my emotions more and more.


이건 오래전의 일이지만,
문득문득 화가 난다.
왜 나는 그때 침묵했을까?
왜 그는 나를 그렇게 대했을까?
그리고 왜 그 사람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기억조차 못하겠지.
그런 말, 그런 태도, 그런 날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마음을
한 조각씩 들여다보고 있다.

It happened a long time ago,
but the anger still visits me sometimes.
Why did I stay silent then?
Why did he treat me like that?
And why is he, even now, probably living his life unaffected?
He likely doesn’t remember those words,
those tones, those days.
But I still revisit them—piece by piece.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만든 상처보다 더 아팠던 건
그 안에서 나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였다.
무리해서 웃었고,
억지로 이해했고,
‘괜찮아’라는 말을 너무 자주 했다.
그건 자기 보호가 아니라 자기 소외였다.
나를 이용한 사람보다,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났던 이유다.

Looking back,
what hurt more than his actions
was how I failed to protect myself.
I forced a smile,
forced myself to understand,
and said “It’s okay” too often.
That wasn’t self-protection—it was self-abandonment.
That’s why I was more angry at myself
than at the one who used me.


이제는 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읽을 수 없고,
모든 진심이 통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앞으로는
누군가를 먼저 이해해주기 전에,
나를 먼저 이해해보려고 한다.
나의 선의가
당연해지지 않는 관계,
나의 감정이
도구가 되지 않는 사람 곁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나를 지키고 싶다.

Now I know.
No one can fully understand another’s heart,
and not all kindness will be returned.
So from now on,
before I try to understand someone else,
I will try to understand myself first.
I want to protect my sincerity,
and stay close only to those who don’t treat my feelings as something to be used.


그는 나를 이용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 사실이 늦게 와닿았을 뿐,
이제는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He was just someone who used me.
It took me a while to realize that.
But now that I finally understand myself,
that alone is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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