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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는 자신의 서열을 만들고 싶었지만,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He tried to set the hierarchy, but I refused to play along(Steel Blue②)

 

감정 서열.자기보호

“그는 자신의 서열을 만들고 싶었지만,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Steel Blue Series #2 — He tried to set the hierarchy, but I refused to play along.


그 사람은 다시 다가오려 했다.
말을 걸고, 메시지를 보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한 번 선의를 베푸는 척했다.

He tried to come closer again.
Started conversations, sent messages,
pretended like nothing had happened—
as if offering kindness would reset everything.


하지만 나는
그가 다시 나를 ‘이용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계획은 일시적이고,
그의 다정함은 계산적이었다.
내 감정은 그 계산 안에 없었다.

But I quickly realized
he was trying to pull me back into being usable again.
So I chose not to respond at all.
His kindness felt temporary,
his intentions calculated.
My feelings weren’t part of his math.


둘만 있을 땐 무심하고,
남들 앞에서는 유난히 친절했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연출이었다.
자신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장면.

When it was just us, he was cold and indifferent.
But in front of others,
he suddenly became overly kind.
It wasn’t care—it was performance.
A carefully staged scene to look like the better person.


나는 그런 상황에서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더 이상 말로 확인하거나
그의 모순을 지적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

I didn’t say anything.
I just watched in silence.
There was no point in calling it out.
His contradictions didn’t deserve my energy anymore.


그는 늘 관계를 서열처럼 이해했다.
“내가 잘해주는 건 내가 잘나서 해주는 거야.”
“넌 그걸 고마워해야지.”
“내가 중심이고, 너는 주변이야.”
그는 나를 자신의 위치 아래 두어야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위치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He always viewed relationships like a ranking system.
“I treat you well because I’m superior.”
“You should be grateful.”
“I’m the main; you’re the supporting role.”
He needed me to be beneath him to feel secure.
And I decided not to take that position.


어떤 사람은 침묵을 ‘할 말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침묵으로 말했다.
“나는 너의 룰에 응하지 않아.
너의 위계 안에 들어가지 않아.”

Some people think silence means you have nothing to say.
But my silence was a message to him:
“I’m not playing by your rules.
I won’t fit into the hierarchy you created.”


내가 말하지 않은 이유는
분노를 참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대화 자체가
의미 없는 서열 확인 게임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I didn’t stay quiet because I was holding back anger.
I stayed quiet because the conversation itself
was nothing but a pointless power game.
And I refused to participate.


그는 당황했다.
그의 방식에,
그의 대사에,
그의 연기에 아무 반응도 없자
그는 점점 흔들렸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결과도 아니었고,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는 나를 지킨 것뿐이었다.

He grew unsettled.
My lack of response to his lines,
his tactics, his performance—
it threw him off.
That wasn’t the result I wanted or planned.
I was simply protecting myself.


그는 착각했다.
자신이 잘해서 잘해주는 거라고,
자신이 중심이고
나는 받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관계는 그런 게 아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감정적 권력을 갖겠다는 태도는,
사랑도 우정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착각에 들어가 주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He misunderstood.
He thought he was being generous
because he was superior,
that he was the center
and I should be grateful to orbit around him.
But relationships don’t work like that.
Offering help just to hold emotional power
is neither love nor friendship.
And now, I’ve become someone
who knows not to step into that illusion.


그는 자신의 서열을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반응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He tried to place himself above me.
But I didn’t respond.
And in that silence,
I found something stronger than his voic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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