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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는 좋은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그게 나의 생존이었다 — I chose not to be a good person. That was my way of surviving.(Steel Blue⑥)

 

감정분출. 복수감정

“나는 좋은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그게 나의 생존이었다”
Steel Blue Series #6 — I chose not to be a good person. That was my way of surviving.


나는 비겁했지만
그날 이후
착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살기 위해서는
조금은 나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I was cowardly,
but after everything,
I chose not to be the good person anymore.
I knew it wasn’t noble.
But at that point,
being good was too costly.
So I chose to survive instead.


A사 동료들과 내 지인들,
그들에게 내 마음을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진실을 흘리듯,
마치 무너진 마음을 정리하듯.

I started to share pieces of my story
with coworkers,
with friends who had known me long.
I didn’t shout it.
I just let the truth slip out,
like dust shaken from a shelf
I hadn't touched in a while.


사람들은 놀랐다.
어떤 이들은 조용히 들어주었고,
어떤 이들은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그냥 다른 사람 만나면서 치유했어.”
“시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묘하게 외로웠다.

Some were shocked.
Some listened quietly.
Some shared their own stories—
“I just moved on with someone new.”
“Give it time, it won’t even matter.”
But as I listened,
I felt oddly alone.


똑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그들은 가볍게 털고 일어섰고,
나는 여전히
그 감정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말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마음이
나의 혀를 앞질러 갔다.

They’d been through similar things,
but they’d moved on so easily.
Meanwhile,
I was still inside the emotion—
still carrying it.
And soon,
the urge to speak
outran my ability to hold it in.


나는 기회가 생기면
내 각오의 치부처럼
그 사람과의 일을 말했다.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너무 격정적으로.
말하고 나면,
후련할 것 같았지만
후련하지 않았다.

Whenever there was a chance,
I spoke of him—
as if revealing a scar
was the only way to stop it from burning.
Sometimes calmly,
sometimes too intensely.
And after I spoke,
I thought I'd feel lighter—
but I didn’t.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그리고
“넌 그런 사람 만났구나.
나는 더 나았던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더 조용해졌다.
이야기를 꺼낸 내가
더 작아졌다.

People nodded.
And then,
someone would say,
“So that’s the kind of person you were with.
Guess I was luckier.”
And just like that,
I grew smaller.
I shrank inside the very words
I had spoken to find peace.


결국 나는 깨달았다.
진짜 위로는
내가 털어놓는다고 오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건 복수가 아니었다.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
외롭지 않고 싶었던 나의 생존이었다.

I realized something—
true comfort doesn’t always come
just because you speak.
And this wasn’t revenge.
It was my way of surviving loneliness,
my desperate attempt
to not be alone
in this pain.


그래도 아주 조금은
마음 한 켠이 후련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어딘가 말하지 않으면
내 안이 터질 것 같았다.

Still,
there was some relief.
Like the king’s secret whispered into the well,
I had to say something,
or I would have exploded.


나는 상담을 가야 할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인이 말하길,
“그 병원 원장님은 그냥 묵묵히 들어줘.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
나는 망설였다.
그렇게까지 약한 나를
또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Should I get therapy?
I asked around.
A friend said,
“That doctor—he just listens.
Sometimes, that’s all you need.”
But I hesitated.
Facing myself
in that quiet, clinical space
scared me more than silence.


나는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란 걸 안다.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정심은 여전히 나를 자극한다.
“잘 지내고 있을까.”
“혹시 그도 아프진 않을까.”
나는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흔들린다.

I know he was not good for me.
I don’t love him anymore.
But still,
sympathy stirs inside me.
“Is he okay?”
“Does he hurt, too?”
I won’t reach out—
but my heart wavers anyway.


나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으니까.
이 방법이 나쁜 줄 알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나를 살게 만든다.

I chose not to be good.
Because only then
could I finally breathe.
I know this path is flawed,
but for now,
it’s the only one
keeping me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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