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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강해지기 위해 버텼고, 이제는 부드러워지기 위해 살아간다 — I endured to be strong. Now, I live to be soft.(Steel Blue⑩)

 

내면회복

“강해지기 위해 버텼고, 이제는 부드러워지기 위해 살아간다”
Steel Blue Series #10 — I endured to be strong. Now, I live to be soft.


강해지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해져야만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너질 때마다
나는 나를 더 꽉 쥐었고,
감정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단단히 눌렀다.
그때의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굳어가는 사람에 가까웠다.

I wanted to be strong.
To be precise—
I had no other choice.
Each time a connection broke,
I gripped myself tighter,
pressed down the emotions
that threatened to spill.
I wasn’t growing.
I was freezing over.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마음을 나누는 것,
심지어 ‘사람을 다시 믿어보는 것’조차
모두 위험한 일처럼 느껴졌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가능성을 접고,
대신 한 가지를 선택했다.
‘버티는 사람’이 되자.

To lean,
to share,
to try trusting someone again—
all of it felt dangerous.
So I closed the doors
and made one decision.
“Let me just endure.”


그 선택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1편부터 9편까지,
나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조용히 내 안을 정리해왔다.
무너진 적도 있었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도 남았다.
그럼에도,
나는 매번 살아남았다.

That choice didn’t appear overnight.
From the first to the ninth chapter,
I’ve been silently sorting myself out.
There were collapses,
scars that didn’t fade.
But still—
I made it through
every time.


그리고 이제야
내 안에서 어떤 문이
조용히 열린다.
이제는 누군가를
조금쯤은 다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들이 나를 흔든다 해도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걸 견뎌냈으니까.

Now,
a quiet door opens inside me.
Maybe it’s okay
to look at people again.
Even if they shake me,
I won’t fall like I used to.
Because I’ve survived
too much
to break now.


강해지고 싶어 버텼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을 어디까지 허락할 수 있는지도
조금은 배웠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나는 새롭게 살아갈 준비를 한다.
이번엔,
부드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 한다.

The time I spent enduring—
it wasn’t in vain.
I learned what to protect,
and how far my heart can stretch.
Now,
on that solid ground,
I begin again.
This time,
I’m learning how to live
gently.


부드럽게 산다는 건
쉽게 상처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건
내가 나를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신호다.

To live softly
doesn’t mean I’m vulnerable.
Quite the opposite.
Being gentle now
means I trust myself
to stay whole.


나는 여전히 사람을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닫히진 않았다.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대신
거리를 두는 법을 익혔고,
그 거리는
내가 나로 서 있기 위한
작은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I’m still afraid of people.
But I’m not shut down.
I no longer get swept away in others’ tides.
I’ve learned to draw distance—
and that distance
isn’t isolation.
It’s my quiet fence
to stay standing.


강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눈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부드러워지는 데에는
내가 나를 믿는 단 하나의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용기를
이제 조금씩 가지고 있다.

It took years of silence and tears
to become strong.
But to soften—
it takes just one thing:
the courage to believe in myself.
And slowly,
I’m finding it.


나는 여전히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할 수 없다.
가끔은 혼란스럽고,
가끔은 다시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나는
강하게 살아남기보다,
부드럽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I still don’t have all the answers.
I still get confused,
still turn sharp on some days.
But what’s clear is this:
I no longer want
just to survive.
I want to live—
softly, truly.


Steel Blue 시리즈는 여기서 멈춘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다른 빛으로,
다른 온도로,
계속될 것이다.

Steel Blue ends here.
But my story doesn’t.
It will continue—
in another light,
another warmth,
in the life I now choose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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