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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는 단단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팠다 — I grew stronger, but the ache stayed. (Steel Blue④)

 

감정일기. 눈물의 의미

“나는 단단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팠다”
Steel Blue Series #4 — I grew stronger, but the ache stayed.


시간이 흘렀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정말 바쁘게 살았다.
일도, 공부도, 배움도
나를 다시 붙잡기 위한 도구처럼 여겼다.
조용한 강인함으로 하루를 견디고,
성실함으로 과거를 밀어내려 했다.

Time passed.
To protect myself, I made my life full.
Work, learning, effort—
they all became tools to keep myself together.
I held on with quiet strength,
hoping my dedication would push the past away.


그런데 문득,
나는 나를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왜 이렇게 과거에 얽매여 있는 걸까.
왜 여전히 그날의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나의 단단함 속에서
나는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But then suddenly,
a fear crept in—
maybe I wasn’t really protecting myself.
Why am I still stuck in the past?
Why do these old feelings still hold on to me?
Even in my strength,
something inside was quietly falling apart.


나는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었던 시간이
왜 나에게 주어졌는지 묻고 또 물었다.
그 사람을 만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고통은 나의 선택 때문이었을까.
나는 나 자신을 원망했고,
그 원망은 곧 나 자신에게 향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I kept asking—
why did that person ever have a place in my life?
Was the pain my fault?
Did I choose wrong?
I started to blame myself,
and the blame slowly turned into quiet self-criticism.


내 잘못이라 믿는 편이
차라리 편할 것 같았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보다,
그 원망이 끝나지 않는 것보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 말하는 게
더 쉬운 해결처럼 느껴졌다.

Believing it was my fault
felt easier than holding on to resentment.
Easier than waiting for closure.
It seemed simpler to say,
“This happened because of me.”


묵묵히, 묵묵히
나는 그런 마음들을 눌러 담으며 살았다.
그리고 어느 날은
말없이 눈물이 흘렀다.
일을 하다가도, 운동을 하다가도
눈물이 고였다.
마치 유리에 서리가 낀 것처럼,
내 감정은 차갑게 맺혀 있었다.

Silently,
I kept stacking those thoughts,
layer by layer.
Then one day,
tears began to fall—without warning.
While working,
while exercising.
Like frost on glass,
my emotions quietly formed and stayed.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이 지쳐 있었고,
그 상처는 내가 인정한 것보다 훨씬 깊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지 못했겠지만,
그 이후의 나에게 몰아친
감정의 폭풍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I was more exhausted than I admitted.
The wound was deeper than I realized.
He probably never understood what he caused,
but the emotional storm that followed
stayed with me long after.


나는 상담을 받지 못했다.
그마저도 겁이 났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심리상담 영상을 보고,
철학적인 이야기, 이론적인 분석으로
내 마음을 채워갔다.
그게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나를 버티게 만드는 지식이었다.

I never got therapy.
I was too afraid to face it that directly.
So I turned to YouTube—
watching psychology videos,
listening to philosophical talks.
It didn’t fix everything,
but the knowledge helped me stay upright.


나는 그 후로
‘건강’과 ‘지식’이라는 힘으로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덕에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프다.

Since then,
I’ve been building myself through health and wisdom.
Slowly, I became stronger.
People started to see me differently.
But still,
the pain hasn't left.


나는 자각하고 있다.
현명한 길이 무엇인지도 안다.
이제는
내 감정을 외면하지도 않고,
남을 위해 나를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프다.

I know now.
I’m aware of the wise path.
I no longer ignore my feelings,
no longer collapse myself to comfort others.
And still—
I hurt.


나는 나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무너지는 나도 안아주어야 했다.
그것이 진짜 단단함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I’ve been protecting myself.
But maybe,
real strength is also holding the part of me
that still falls apart.
I think I’m beginning to understand tha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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