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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동정심은 때때로, 나를 더 나쁘게 만든다 — Sometimes, sympathy makes me cruel to myself.(Steel Blue ③)

 

정신건강.감정조종

“동정심은 때때로, 나를 더 나쁘게 만든다”
Steel Blue Series #3 — Sometimes, sympathy makes me cruel to myself.


오랜 시간 침묵하던 그가
갑자기 다시 연락을 해왔다.
“밥이나 한 끼 먹자.”
무덤덤한 말이었지만
그 속엔 무언가 간절한 눈빛이 숨어 있었다.
나는 안다.
그가 나를 찾은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라는 걸.

He had been silent for a long time,
but then suddenly reached out again.
“Let’s grab a meal sometime,” he said casually,
though there was a quiet desperation in his tone.
I knew why he came back—
not because he missed me,
but because he was lonely.


그 외로움은
타인과의 거리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이었다.
그는 나 외에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계산된 정서와 행동을 들키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둘씩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결국,
비밀 구석처럼 남은 건 나뿐이었다.

His loneliness was self-inflicted—
a result of the walls he built with others too.
He had treated everyone with the same cold calculations,
and one by one, they walked away.
In the end,
I was the only one left in that quiet corner of his world.


나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를 한 번쯤 만나보기로 했다.
동정심이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다고 느끼는 마음,
그 외로움 앞에
차마 등을 돌릴 수 없었다.

My heart didn’t move,
but I decided to meet him anyway.
It was sympathy—
not affection.
Something about his isolation
made it hard for me to turn away completely.


우리는 고깃집에 갔다.
그는 나를 보며
당연하다는 듯 가위와 집게를 건넸다.
‘이제 너는 예전처럼 다시 움직이면 돼’
그런 눈빛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도구들을 받아 들었다.

We met at a barbecue place.
He looked at me
and casually handed over the scissors and tongs—
as if saying,
“Now that you’re here,
go back to doing what you used to.”
I said nothing,
just took the tools in silence.


나는 고기를 자르고,
그는 만족한 얼굴로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계산은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들렸다.
“네가 그 정도 했으니까,
이건 내가 낼게.”

I grilled the meat,
and he ate it with satisfaction on his face.
When the meal ended,
he said he’d pay.
He didn’t need to explain.
I could hear the unspoken message:
“You did enough.
This is your share of the deal.”


그건 고마움이 아니라
거래였다.
그에게 관계란 언제나
정서 없는 정산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이 관계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신했다.

That wasn’t gratitude.
It was a transaction.
To him, relationships had always been
emotional accounting without emotion.
In that moment,
I knew with certainty—
this would never change.


내가 그를 만난 이유는
결국 동정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동정심이
나를 다시 상처받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때론 사람의 동정심은
자신을 악하게 만드는 감정일 수 있다는 걸.

I had met him out of sympathy,
and that sympathy led me back into pain.
Now I know.
Sometimes, sympathy is not kindness—
it’s the beginning of self-harm.
It turns us against our own peace.


내가 마음을 쓰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감정이
나를 소외시키고,
나를 이용하게 만든다면
그건 다정함이 아니다.
그건 나를 파괴하는,
달콤한 독이었다.

It's not wrong to care.
But when that care
leads me to isolate myself,
to be used again,
it's not kindness—
it's a sweet poison
that quietly tears me apart.


이제는 결심했다.
나를 지키는 다정함만 남기기로.
내 마음의 힘을
다른 누군가의 채움이 아닌
내 감정의 경계 안에서 지키기로.
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 감정에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

I’ve made my decision.
From now on,
I’ll only keep the kind of kindness
that protects me.
My strength won't come
from pleasing others,
but from honoring the boundaries
within my own heart.
He won’t change.
And I will no longer respond
to feelings that betray me.


동정심은 착한 감정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나를 아프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감정이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침묵만 남기기로 한다.

Sympathy looked like a kind emotion,
but it turned out to be the most dangerous one—
the one that hurt me most.
Now, I choose silence that protects,
not pity that poi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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