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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다고 해서,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내지 않아도, 더 이상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지금은 거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요.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사라질까 두렵고.   그 사이 어디쯤,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   나는 한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가까이 있었어요. 상대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고, 조금만 어색해져도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지쳤어요.   그래서 조용히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연락을 줄이고, 감정을 깊이 나누지 않고, 내가 먼저 꺼내던 말들을 잠시 멈췄어요.   그랬더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서운하게 왜 이래?”   그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쩐지 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요,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한 적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를 지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거리를 둔 건 그 감정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멀어질 수 있어요. 다정한 마음을 남겨둔 채 관계를 재정비할 수 있어요.   그건 미움이 아니라 성찰이에요. 그 마음을 서툴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내보려 해요. “내가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우선으로 돌보고 싶어서야.” “예전처럼 못 해줘도,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거리가 우릴 지켜주는 모양일지도 몰라.”   그 말들이 상대를 납득시키지 못해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이 나를 오해하지 않게 말해주는 일이니까요.   거리를 둔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동정심은, 나를 아프게 만든 감정이었다 — Sympathy wasn’t kindness. It quietly hurt me.(Steel Blue⑧)

 

트라우마 극복. 감정분석

“동정심은, 나를 아프게 만든 감정이었다”
Steel Blue Series #8 — Sympathy wasn’t kindness. It quietly hurt me.


요즘 들어 문득,
환경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단순하게,
공기나 계절이 바뀐 것도 아닌데
무언가 달라졌다.

Lately, I’ve been thinking—
something’s different.
Not the season, not the light.
But something in the atmosphere
has changed.


그리고 그 변화는
내 안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때 그 동정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And maybe,
that change started inside me.
I keep asking—
what exactly was that sympathy
I once held onto so tightly?


지금도 나는
그 감정을 떨쳐내려고 애쓴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
어느 날은
그 사람의 과거가 떠오르고,
그의 아픈 환경이 생각나고,
그가 감정적으로 무너졌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Even now,
I try to shake that feeling off.
But it lingers.
Some days,
his past flashes back—
his broken home,
the pain he never spoke of,
his quiet unraveling.


그는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학대가 있었고,
정서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가족과
함께 있었지만 함께가 아니었던 시간들.
그 시절의 그는
항상 흐리고 우울한
어떤 날씨 같았다.

He grew up in hardship.
There was abuse.
He lived with his family,
but they never truly lived with him.
He always carried
a cloudy, gloomy season
inside him.


그는 성장해서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자수성가했고,
돈도 벌었다.
하지만
마음의 회복은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He made something of himself—
a good job,
success,
money.
But inside,
nothing healed.


그걸 알았기에
나는 잘해주면
변할 거라고 믿었다.
내 따뜻함이,
내 일관된 애정이,
그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So I believed—
if I gave him enough care,
he would change.
If I stayed kind,
if I stayed consistent,
he would finally soften.


분명 감정의 기복은
조금씩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었고,
나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다.

And for a while,
he did seem better.
But slowly,
the victim became the aggressor.
And I—
I became his emotional trash can.


그는 분명 아팠지만,
나는 그 아픔을 대신 견딘 사람이었다.
말없이 참아주었고,
조용히 넘겨주었고,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한참 후에야 꺼내게 되었다.

He was hurting, yes.
But I was the one
who bore it in silence.
I let it pass,
until one day I realized—
I was hurting too.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 동정심은
나를 위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성장했고,
나는 남겨졌다.
나는 서서히 소진되었다.

Then I saw it—
that sympathy
was never about me.
He moved forward.
I stood still.
And slowly,
I emptied myself out.


나는 이제,
냉정해지고 싶다.
이성적으로
나를 먼저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더 이상
누군가의 감정을
내 존재보다 앞세우지 않기로 한다.

I want to grow colder now—
not unkind,
but clear.
To protect myself first.
I won’t place someone else’s pain
above my existence
ever again.


동정심은 착한 감정이 아니었다.
나를 아프게 만든 감정이었다.
그것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감정에 다시 물들지 않기로 한다.

Sympathy wasn’t kind.
It hurt me quietly.
I needed to see that.
And now,
I’ve decided—
I won’t be painted in that colo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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